아폴론 성역에서는 고대 그리스시대에 건설된 도시 국가 델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아폴론 신을 통한 신탁으로 이 도시 국가는 매우 부유했었다. 도시의 대부분은 각 나라에서 헌납한 보물을 보관하던 보물창고와, 신탁이 행해지던 아폴론 신전, 그리고 원형 극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아폴론 신전으로 오르는 길 양 옆에는 각 국가도시로부터 헌납 받은 봉헌 물을 보관하던 건물들이 즐비했다. 아폴론 신에게 참배하러 오르는 길이라 하여 참배의 길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길의 좌측 끝부분에는 시프노스인의 보물창고 The Treasury of Siphnian 가 있다. 현재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때는 아폴론 성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혔던 곳으로, 사모스 Samos 섬의 금은광산에서 채집된 수집 품으로 가득 채워졌던 곳이라 한다.
참배의 길 끝에는 세상의 중심이 델피 임을 알려주는 옴파로스 Omphalos 가 있다. 지금은 옴파로스의 위치를 알려주는 돌덩이만이 유적 터에 남아있고 옴파로스 원석은 델피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옴파로스를 지나면 대리석으로 포장된 길이 아폴론 신전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대리석 길 초입에 아테네의 보물창고 The Treasury of Athenians가 있다. 도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건물인 아테네의 보물창고는 1903~1906년에 프랑스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거의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이 되었다. 그리스의 막강한 도시국가였던 아테네 Athens가 델피에 헌납한 보물로 채워졌던 아테네의 보물창고는 길이 9.687m, 넓이 6.621 m로 아담한 사이즈다. 총 30개의 조각으로 장식된 이 보물창고의 외관 정면부조 6개는 아마존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9개의 부조가 있는데 헤라클레스의 노역이 그 주제이다. 서쪽의 6개 부조에는 소를 훔치는 게리온 Geryon 이 묘사되어 있다. 이 중 24개의 조각을 델피 박물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보물창고에서는 페르시아 군대의 방패가 발견되어 아테네와 페르시아간의 마라톤 전쟁 이후에 승리에 대한 보답으로 봉헌된 보물창고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지게 한다.
대리석 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 위에 아폴론 신전 The Temple of Apollo 이 위치해 이다. 아폴론 신전은 BC 4세기, 도리아 Doric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델피 신탁의 중심이었던 피티아 Pythia 의 의자가 있던 에디톤 Adyton을 중심으로 지어졌다. 이 신전은 BC 6세기에 지어졌던 예전의 신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건설되었다. 현재는 1938년 ~ 1941년 사이에 복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폴론 신전은 현재 6개의 열주만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2000년 전의 위용이 느껴지는 듯 하다. 아폴론신전 앞에는 BC 5세기에 세워진 청동기둥이 있었는데, 이 기둥은 현재 이스탄불 구 시가지의 히포드롬에 세워져 있고, 현재 델피에는 그 터만 남아 있다. 높이 8m 의 이 청동기둥은 3마리의 뱀 형상으로 된 것으로 페르시아 전쟁의 승전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이후 콘스탄티누스 1세 때 이스탄불로 옮겨 졌으며, 기둥 꼭대기의 뱀 머리는 이스탄불의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폴론 신전 위로 올라가면 원형극장이 있다. 원형극장에서 내려다보는 아폴론 신전의 느낌은 색다르다. 멀리 아테나 성역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원형극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음 유적지로 이동하자.